선택권이 없어진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세상의 섭리에 편승하려고 고프지도 않은 배를 채우려 그 누구도 모르는 곳의 흙을 가져와 차갑게 식혀봅니다. 낮게 깔린 샹들리에 조각 사이 새빨간 체리 즙이 배어나올 무렵 그대의 입에서 미약처럼 달콤씁쓸한 응어리가 살려달라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요. 옹기종기 얽힌 사슬은 끊어져 있어야 비로소 남이 되는...
너는 생각보다 작고,생각보다 컸으며,생각보다 시끄러워내 마음속에 잘 안착될 수 있었다너무 많이 짜 버린 핸드크림 마냥너는 나에게 과분했고 또 역시유쾌한 존재가 되지 못할 거란 걸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 테지만식전에 먹은 바나나 몇 송이와작은 의사 표시로 미루어봐도난 아직 어른이 아니란다 부디이해해주렴생각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네 모습에 나도 모르게 놀란 적이 ...
20XX년 O월 O일연락이 없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어디서 뭘 하는 걸까 돌연 핸드폰이 울리며 낯선 사람 번호가 뜬다 차에 치였어요 어린 아이가 들고 가다 떨어뜨린 여름철 수박 마냥 아주 머리가 깨박살이 났어요 구급차 불러서 OO병원으로 이송됐어요 얼른 가보세요 그리고 연이은 사람들의 웅성거림과—20XX년 O월 O일비몽사몽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매일 아침 매일 낮 매일 저녁 매일 밤나는 머릿속 백지에 연필을 갖다 대고끼적끼적 번호들을 적어 내려간다번호마다 줄줄이 덧붙이는 문장을 보고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날 죽여 볼까찬찬히 살펴보며 신중하게 고른다조각했던 가면은 부서진 지 오래날 때부터 의지가 박약해서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도 없었다원치 않게 태어난 나적어도 눈을 감을 때만큼은내가 원할 때 가고 ...
알알이 모여 있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한 알편안하게 늦잠을 자는 아침새 한 마리혼자 고고하게 입맛이 다른 생강 빵 한 개널려빠진 딸기잼을 싫어하는 마멀레이드 한 통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이정표 한 개나무가 무서워 혼자 숨어있는 새싹 하나달력 속을 뜯고 나온 네 자리 숫자 한 개남의 말만 골라먹는 달팽이관 한 개아니오만 할 줄 아는 경동맥 한 줄두 개를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시계가 뚜욱뚜욱 굵은 검방울을 떨어뜨린다지독히도 맛이 없었지만한계까지 참고 들이마셔 보았다낭창낭창 늘어진 옷자락을 움켜쥐며이미 놓아줬지만 나는 보낼 수 없어새초롬이 서있지만 말고 어서 나를 안고 가렴눈물만을 하염없이 쏟으며 마음속으로만 전달해줬다껍데기 속 어린 병아리는깨진 유리를 밟고 뱍뱍 긁기만 하는데왜 나에게는 그 흔한 빨간약 하나 ...
밖은 많다나름대로 절절한 고민을 품고 있는 나는발을 내딛자마자널려있는 평범한 학생 1이 되어버린다밖은 많다아무나 핀셋으로 집어서 들은 이야기를 빚어동화로 만들자마자전미를 울린 명작 1이 되어버린다밖은 많다눈깔을 끌어 모으려 남몰래 쌓아올린 명성이리저리 자랑해봤지만별다른 눈길도 없이 사그라들며 묻혀버린다옆은 없다와리가리 스쳐가면서 걷는 사람들은 많지만단 한사...
언짢은 당사자의 해면 위를 이제서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당신은아직 하나가 아니야 로마는 상상 외로 성질이 급하답니다해는 매일매일 지지 않아 다만 종종 네 가방 지퍼를 열고 시집을 꺼내가지요어깨 위 철근이 박혔다고 느낄 때엔 하트모양 종이를 접어보세요칼날을 올려두고 모른 척 깔깔대는 것도 나쁘지 않아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임시방편이라도 활짝 웃을 수 있답니다...
내 나름 쌓아 올린 총명함을 드러내려하찮게도 밀집된 인파들을 제쳐들숨도 날숨도 없는 외딴 산을 보았다 끝에 다다라 질리지 않고 파내다 보면분명 칠십 억 타인의 입 속에서나는 넘쳐오르리 피어 날아오르리 찾아낸 가파름이 버거워도잇속에 퍼지는 달디 단 사탕 빛 희망에빛과 소금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석세스! 느낌표를 아껴 두면서발목을 잡는 통장들아 조용히질질 흘린 ...
내 얼굴은 온통 귀 투성이이미 사라진 입은 입술이 붙어시시한 찬양밖에 부르지 못한다너희들 사이에서 끝도 모르고 커져가는 고통이지긋지긋해서 웃음을 지으며 심었던 귀는어느덧 바오밥 나무가 되어 내 몸을 썩어가게 했다이기주의를 곁들인 우이독경에 소스를 얹고맛있다 맛있다 입으로는 뭔 말이든 못할까요뱉지를 못해 고여만 가는 흙은입맛이 달라 안쪽에서 삼켜야 했기에길길...
떡진 흉터를 벗겨내고 남은 상처를 꿰매면서 벌어지는 눈꺼풀도 같이 꿰맸다 내 앞에는 지금 무엇이 있나요 엄마는 파란 하늘을 먹여주었다 열려있는 입은 자신이 있었지만 엄마는 나에게 자신을 주지 않았다 괜찮아의 뒤편에는 무엇이 있나요 엄마는 파란 하늘을 먹여주었다 떡 벌어진 입은 온전한 내 것이었지만 솟아나는 감정에게 내 몸은 감옥이었다 탈출하면 안 돼 기어나...
고단하고 둘둘 말린 마음이 심심해보인대서한입 크기로 떼어 입에 넣어진 버찌 맛 사탕은삼삼하게 간이 되어있었기에 더는 외롭지 않았다아직까지는 혼자가 좋았지만한번쯤은 굳힌 설탕의 단단함도 느끼면서혼자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독이 든 사탕에 취해 한 박스를 사들고신이 나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유난히도 구름을 밟는 느낌이었다애초에 겪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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